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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들 옆에 있어주는 Being의 삶 (샘터 인턴 성요섭 수사님)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21-04-24 17:29
조회수: 905 / 추천수: 138


이번 "샘터 33기"에 인턴 실습을 하신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성요섭 요셉 수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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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난 3월부터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메리포터 호스피스영성연구소에서 실시된 “샘터 33기”에 인턴으로 참여하였다. 6주간의 과정에서 세 분의(첫 회기에는 네 분의) 형제님들과 ‘상실’을 주제로 한 세션들을 하였는데, 근래에 배우자와의 사별로 상실을 경험하고 계시는 형제님들과의 시간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여러 묵상을 하게 하였다.

     그중 가장 크게 내가 느낀 것은 사별의 상실을 살아가고 계시던 형제님들의 모습에서 깊은 슬픔을 공감하게 된 것이다. 첫 회기 때에는 다들 낯설고 생소했는지 데면데면한 모습을 보이시던 형제님들이 회기가 거듭될수록 자신의 삶을, 함께하던 33기의 일원들에게 나누시는 것을 보며, 감히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그들에게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70여 년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시면서 습득된 “남자”로서의 자아정체성 안에서 형제님들이 보여주는 은밀한 슬픔의 표현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형제님들의 슬픔의 표현 중에 내게 깊은 울림을 남긴 나눔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한 형제님이 자기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어려서 여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사실 그 형제님은 본인이 의식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게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하고 살아오셨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아내의 죽음은 그 형제님에게 친구이여 배우자였던 부인과의 사별만이 아니라 보호자이고 지지자였던 어머니와의 이별을 의미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상실의 이중적인 의미를 격정적인 감정으로 나누시던 형제님의 모습을 보며, 지난 세월동안 그 형제님에게 모든 것이 되었던 아내와의 사별로 인한 상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나는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화해’에 대한 세션을 진행하던 중, 한 형제님의 나눔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형제님은 평소에 ‘자신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중에 행복했기 때문에, 아내의 안식을 진심으로 빌어주고 있고, 그렇기에 그다지 슬픔에 빠져있지 않다’라는 말씀을 하시던 분인데, “화해”에 대한 세션을 하면서 본인이 현재 느끼고 있는 깊은 외로움을 나누어주셨다. 그분은 아내와는 화해할 것이 없으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30여년을 홀로 사시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이제 자기가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스스로의 현재 삶이 바쁘고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씀하시던 형제님의 이러한 나눔은 나에게 그 형제님이 지금 외로움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힘들게 살아온 삶 안에서 항상 의연하고 굳세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아오신 그 형제님에게 아내와의 헤어짐으로 인해 고독과 외로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두 개의 상황 말고도 형제님들과 함께했던 시간 속의 많은 기억들이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이제 6회기의 시간을 모두 마치면서, 나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는 “현존”하는 것의 의미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이다. 가난하고 상처입고 아파 힘들어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어려운 것인지를 묵상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일부라도 공감하면서, 내가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그분들 옆에 있어주는 Being의 삶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십자가 아래서 예수님을 바라보시며 서 계시던 성모님의 현존이 내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임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의 의미는 마음을 여는 것에 대해서이다. 첫 회기가 끝나고 나서 나는 형제님들이 나누어주셨던 당신들의 사랑하고 소중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을 기억하면서, 이제는 집에 돌아가도 그렇게 형제님들의 인생에서 큰 의미였던 그 아내 분들이 없는 현실을 살아가실 형제님들에 대한 연민이 생겼었다. 그런데 회기를 계속하면서 나는 형제님들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내 스스로 그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후 형제님들의 나눔을 들으며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더욱 무겁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형제님들이 내게 자신들을 개방하였기에 나또한 그들에게 마음이 개방하였고, 그러기에 그들의 아픔을 더욱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나는 마음을 열고 맺는 관계에서 느끼게 되는 공감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나는 여러 가지 깨달음을 “샘터 33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그러기에 이 경험은 내게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것인지, 또한 어떻게 그러한 고통 중의 사람들을 동반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기회를 내게 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 묵상해볼 수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계속해서 이와 같은 사목의 현장에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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