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가족모임을 경험해보니...
모현상실수업 17기 김근영 아녜스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낯설기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늘 죽음이 가까이 있고 부고도 많이 접하곤 합니다. 그러나 내 가족, 나와는 동떨어진 일 같기만 하고, 생각을 한다 해도 막연하게 느낄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2년 9월, 갈바리회를 통해 안내받고 평소 생각지도 못한 ‘모현상실수업’을 듣게 되었고 강의를 들으며 사별가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알게는 되었지만 과연 여러 명이 모여서 진행되는 수업에 대상자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춘천교구 영동지역 주문진 가톨릭 사목센타에서 11월 4일부터 6회에 걸쳐 사별가족 모임을 진행하는데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각 본당에서 신부님들의 추천과 주보안내를 통해 모인 8명의 사별자로 시작했으나 처음부터 불참자들이 나오긴 했습니다.
참으로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이 진행되며 3회 차가 되어가면서 사별자들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점차 모임에 오실 때 얼굴이 환해지고, 처음에 고인에 대해 말하면 눈물을 먼저 보이고 뭔가를 잘못해주지 않았나 하는 후회와 죄책감만을 표현하던 분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로 함께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상실의 고통이란 것이 나이가 많아 이별을 하는 것이나, 젊어서 이별하는 안타까움이나, 속 썩이고 힘들게 만들던 분이나 모두 가족에게는 똑같이 가슴 저린 아픔이고 슬픔이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돌아가실 연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되는 분의 사별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울증이 오고, 감정이 사라지는 상황에 놓여 눈물도 없어지고, 혼자만 있고 싶은 상태였던 분이 모임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자신을 안타깝게 돌보는 자식들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고, 감사하는 마음, 고인에 대한 생각을 꺼내어 표현하는 변화를 보게 되었답니다. 또한 사별 후 후각을 잃었던 분은 아로마테라피를 하며 후각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참으로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황망히 젊은 나이에 사별한 분은 사진조차 보지 않던 상태이며, 원망 아닌 원망의 상태에 있던 분은 고인도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늘 함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치유를 보면서 미약하게 시작한 영동 사별가족모임에 희망을 걸어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별자들은 가족들 앞에서 꿋꿋하게 괜찮다고 해야 될 거 같아 마음 놓고 울어보지도 못하고 일상의 삶을 유지해야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쌓였던 죄책감, 섭섭함, 감사함 등을 풀어내며 울고, 다른 분들의 아픔을 들으며 같이 울고 하며 한결같이 맘 놓고 울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장소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지방이라서 대중교통이 많은 것이 아니어서 자차가 아니면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안타깝게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아직 사별의 고통을 모여서 이야기 한다는 것에 대한 몰이해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아픔을 아픔인지도 모르고 살아가야하는 분들께 적극적으로 치유의 장을 열어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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