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름다운 선물 - 샘터 40기 신윤숙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25-08-14 10:49
조회수: 924 / 추천수: 822
아름다운 선물
샘터 40기 신 윤 숙
어느 가을날
나뭇잎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나뭇잎을 잡으러 뛰어다녔지요.
내 손안에 희망을,
내 생애 아름다운 삶을
기도하면서
내 손안에 꼭 쥐고 싶었지요.
어머니가 느껴지는 바람.
그 가을은
기억 속에 묻혀 사라졌지요.
(어머니와 함께한 ‘어느 가을날’ )
보고 싶고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큰 슬픔입니다.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신 어머니를 향한 기다림은 언제까지입니까? 금방이라도 집으로 돌아오실 것 같은 어머니. 아득하게 먼 하늘을 바라볼 때 슬픔으로 다가오는 그리움은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날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어머니는 알고 있었을까요? 내 생애 마지막 첫눈이라는 것을, 산등성이에 하늘이 맞닿은 겨울의 끝자락으로 어머니의 시간은 허물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병원 유리창에 비친 어머니 얼굴이 너무 여위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퇴원하시고 5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억울하고 화가 나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거리마다,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어머니와 함께한 기억으로 매일 울고 다니던 그해 겨울로 시간은 멈추었습니다.
어머니 가신 뒤 해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봄입니다. 봄꽃 가득한 예쁜 길로 어머니와 손을 꼭 잡고 걷고 싶습니다. 꽃 냄새를 좋아하시던 어머니. 따스한 봄볕 가득한 날에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푸르름이 짙은 봄날 꽃으로 피어나는 향기처럼 어머니 냄새가 그립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 나의 어머니는 사랑입니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합니다.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TV를 보면서 함께한 한 시간이 그립습니다.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와 함께한 많은 시간을 이제는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슴은 멍이 든 것처럼 아프고, 마음은 허전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엄마 나이와 같아질 때,
어머니는 내 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 함께한 공간으로 어머니의 추억을 쫓으면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사랑으로 만들어 놓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매일매일 일기장에 모아두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위하여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고자 하셨고, 나에게 해를 준 사람에게 싫은 말 한마디 못 하셨던 어머니,
그냥 내가 조금 손해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평생을 살다 가신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항상 도움을 주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미안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그러한 어머니를 그 당시는 이해를 못 하였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는지.
5월 1일,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슬픔과 아픔을 같이한 샘터 40기 사별 가족 모임 마지막 날입니다. 모현에서 사별 가족 모임을 하는 첫째 날, 낯선 사람들과 같이하며, 어떻게 슬픔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갔던 모임인데, 지금은 많은 위로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모현 앞마당에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운 이곳에서 수녀님과 신부님 그리고 40기 샘터 가족은 저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8회기를 같이 하면서 상실의 아픔을 나누고, 받은 사랑과 위로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내 삶에 잊지 못할 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