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상실(교육)이 죽음을 통해 성장하는 생(삶)으로 둥지를 틀다.
홍 나 영(노엘라)
모현상실수업을 한마디로 “우연히 상실(교육)이 죽음을 통해 성장하는 생(삶)으로 둥지를 틀다.”로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잠시 쉴 요량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위와 급여를 내려놓고 3월 따뜻한 봄날 자발적인 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난 4월 말경 춘천교구 여성연합회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셨던 분의 부탁으로 품앗이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이었어요. 살면서 만난 스승 같은 원장님의 말씀에 역할에 충실하면 그걸로 족하다 하신 뜻을 생각하며 기관에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역할이 끝나고 지금은 ‘봉사의 역할이 내게로 온 것이구나’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신부님들이 세 분이나 선종하셔서 ‘무슨 일이지?’ 하고 어리둥절 해하며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을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녀님으로부터 ‘사별자모임에 봉사를 할 수 있느냐’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봉사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수녀님의 초대로 <모현상실수업>을 위해 5주간 서울을 오가며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고 주말마다 청춘열차를 타고 기차여행을 하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후암동 모현에 도착하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수녀님들, 함께 교육받는 신부님, 다양한 수도회의 수녀님들과 평신도봉사자, 그리고 종교가 다른 분들도 교육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치료과정의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과정 안에서 우선 내가 먼저 (샤별)당사자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테라피 들을 경험하고 참여하시는 다른 분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고 나누는 시간들을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나의 얘기를 꺼내어 놓게 되었습니다.
22년 전 뇌출혈로 9개월을 살다 임종한 시어머님을 얘기하며 의식 없이 나한테만 의지한 삶이었는데 혼자 어머님을 돌보며 내가 힘들다고 홀대한 것은 아니었나, 내 부족한 의학적 상식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닐까? 왜 남편은 자신의 엄마인데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돕지 않고 저리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나약할까? 라고 생각한 당시의 기억이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아주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하였고 그때는 몰랐던 어머니 사랑의 방식과 표현을 외면하고 알려고 하지 않은 어리석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래도 제 옆을 항상 지켜주는 것 같아 죄송함과 고마움으로 울컥 눈물이 나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아픔이 올라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 더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통 속에서 힘들어했을 텐데 죄송했다고 이제야 어머니께 용서를 구한다고 버릇없고 부족한 외며느리라고 좀 더 살뜰히 돌봐 드렸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마음 이제야 말씀드린다고 못나고 부족했다고 그리고 고맙고 감사했다고...”
어머니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기회를 주신 천주교춘천교구 주교님, 부활성당 신부님, 모현수녀님께 감사드리며 상실의 충분한 애도를 갖지 못한 또는 알아차리지 못한 나 자신과 이웃을 위해 많은 분들이 이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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