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포터 호스피스 영성연구소 ::
  | Contact Us | 관리자
   
 
Home > Board > Free Board
 

제목: 모현상실수업을 마치고...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23-11-13 20:56
조회수: 27 / 추천수: 8


  <모현상실수업>을 참여하고서...

                                           김 지 영

   3회차 모현상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수녀님께서는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에 소감문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수녀님께서는 내 표현이 집단에 어떤 역동을 주었다 말씀하시길래 처음에는 그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수락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지막 회기에서 동료들의 진솔한 공유를 듣고 나서, 내가 정말로 소감문을 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부족하더라도, 자격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모든 일이 결국은 하나님의 안에서 진행된다는 믿음으로, 이렇게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처음 수업을 시작한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순간들, 그 속에서 느낀 나의 소회를 솔직하게 담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 수업.
나의 생애에서 수녀님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었다. 딩동딩동... 누구세요? 문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 오랜만에 그 특별한 분위기를 느꼈다. 가슴이 두근두근, 문을 열어주신 앳된 모습의 수녀님은 청순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셨다. 그 순간, 모든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곳의 포근한 분위기 속에서는 굳이 나를 꾸미거나 숨길 필요가 없다고 몸과 마음이 느꼈고, 그렇게 내 진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수업시작과 함께 수녀님이 애도 대상을 생각해 보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크게 슬퍼했던 의미있는 사별 경험이 없던 나에게 문득 시아주버님이 떠올랐고 그분을 애도하며, 남편과 시부모님에 대한 힘든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애도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명칭을 지어보라 하셨을 때, 내 머릿속에‘사슴눈망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단어는 시아주버님의 여리고 순수했던 눈빛, 그 모습은 어딘가 깊은 기억 속에 묻혀있었는데, 그 단어 덕분에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환우들과 그들의 유가족들과 함께한 경험을 지닌 수녀님의 모든 말 한마디는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나는 이론적으로 애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수녀님이 전해주는 이론 설명을 듣는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단순한 이론이 실제 경험과 연결되며 생동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론 속에 숨어 있던 깊은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

  오후 시간, 죽음에 대한 철학과 교수님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와뚜와리와리.. 와뚜와리와리...”이 노래를 부르시며 "메멘토모리, 메멘토모리”를 강조하시던 그 순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교수님의 리듬감 넘치는 제스처와 함께 노래의 화음을 추가하며 몸을 흔드시던 그 모습은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멀리 떨어져 있고 두려워만 하는 죽음을 이렇게 즐거운 방식으로 핵심을 전달해 주신 것은 특별했다.

  미술 수업 시간은 나에게 시아주버님과의 특별한 재회의 순간이었다. 그동안 시아주버님과 보낸 시간은 나에게 무거운 책임감과 억울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미술 작업을 통해 그 기억 속의 시아주버님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또한, 동료 선생님들과 공유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 인생마다 어떤 삶을 살았건 그 생명마다 다 소중함과 가치가 있음이 깊게 느껴졌다. 오고가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과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큰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아로마 테라피를 애도와 상실의 수업에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러나 강사님의 말 한마디, 강사님의 진정성과 열정, 그 모습 그 자체가 이미 치유의 과정 중 하나로 보였다. 강사님은 단순한 외부의 도구나 프로그램보다는,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음을 주의 깊게 돌보고 키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셨다. 특별한 순간이 찾아왔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지 같은 깨달음을 받았다. 작업하던 중, 시아주버님에게 느끼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실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에 따라 내 안에서 깊은 슬픔과 고통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리고 그 후의 일주일 동안, 나의 감정은 심하게 요동치며 나를 괴롭혔고, 주변의 사람들과 평온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늦을까 조급한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수녀님의 따뜻한 맞이가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점점 얼굴이 밝아져요.”라는 수녀님의 말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동작테라피 시간 동안, 강사님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존중의 메시지는 방에 빛처럼 퍼져나갔다. 강사님이 "자신이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라”는 말을 했을 때, 그동안 마음속에 무겁게 느껴졌던 그분을 향해 걸어갔다. 내 발걸음에 그분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강사님의 "고인이 멀리 사라지고 있어요.”라는 멘트에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온 몸으로 애썼고, 내 마음이 아파왔다. 그분은 나를 향해 최선을 다하며 따뜻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몸짓 하나만으로“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강렬한 메시지가 전해져 왔다.  

마지막 수업
벌써 마지막 수업을 맞이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우리를 섬기기 위해 준비된 자리처럼 느껴졌다. 기다리시는 수녀님의 따뜻한 미소, 정성이 담긴 다과, 세심하게 준비된 소품들, 의례의 순간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점심.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가 되었던 말씀 캔디...
갑자기 엔도슈샤쿠의‘침묵’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신부님이 신앙을 포기하라는 압박에 처해 있을 때, 발로 밟고 지나가야만 하는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들렸던 그 음성, "괜찮다. 이것을 위해 나는 십자가를 짊어졌다.” 그 순간의 사랑을 이 수업에서 깊게 느꼈다.

  5주 동안 우리를 성심껏 가르치셨던 수녀님과 그 마음을 함께 참여했던 모든 수녀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이 경험을 통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너그러움과 그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감사하다.

  ***  함께 나누는 감사함을 김지영님을 통해 배웁니다. 나누어 주신 마음에 고맙다고 전해봅니다.  ***
-추천하기     -목록보기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 이전글: "2023년 그리고 원목실"
▽ 다음글: 아빠 사랑합니다...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DQ'Style